전공기초 수업중에.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설명을 하겠다며 

교수가 칠판에 우리나라의 악보라며 뭔가를 그렸다. 

한창 단소 불때 많이 봤던 '정간보' 던가.


슥슥 그려놓고 교수가 그랬다.

「우물정, 아파트...또 뭐? 그래요, 웨하스 닮았죠?」

써놓고 보니 참 젊은 교수가 말한것 같다만 아쉽게도 

나이 지긋한 패셔너블 여교수다.


B사감을 생각케 하는. 난 참 웨하스 안좋아하는데.


엄마가 마트에서 산 봉투에 잔뜩 든 '꼬마웨하스' 말고는 잘 안먹는다.

그것도 작아서 한입에 들어가니 먹지.. 컸다면 안먹었을거다.


어쨌든, 나는 웨하스를 찾아가며 먹는 사람은 아닌데 교수가 

저 말을 하는 바람에, 순간 웨하스가 머리에 쏙 들어오더니

뇌에서 빨리 웨하스를 공급하라고 하더라.


별 생각없이 있다가 저녁을 먹고 앉아있는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기분도 이상하게 안좋았고 그냥, 주변 모든게 신경쓰여서 부시럭거리며 

치워대다가 과자를 사러 나갔다.


슈퍼에 쌓인 과자들은 많고... 고를 과자는 없고. 어차피 먹을거라면 

한번에 사두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먹고싶은 것부터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했다.


자갈치로 고민하다 결국 집고, 눈에 띄는 웨하스... 그냥... 오랫만이니까.. 

하며 집어 올렸다. 내가 좀 많이 날씬했더라면 입고 있던 추리한 츄리닝

치마와 티셔츠조차 예뻐보이고 봉지 흔들며 달막거리고 올라가는 모습이 

드라마에 나오는 아무렇게나 입어도 예쁜 아가씨들마냥 예뻤을지도 모르지. 

라는 시덥잖은 공상을 해대며 방에 도착.


후덥지근해서 선풍기를 키고선 다른 과자를 뜯어버렸다. 

고민하던 자갈치를 제일 먼저 먹었군.


다 먹고 놀다가 과자 봉지를 정리하던 차에 웨하스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종일 생각한건 이건데싶어서 뜯었는데.....

역시 난 웨하스 좋아할 사람은 아닌가보다. 부스러기가 온통 날리는구나.. 

그냥 엄마가 싸준 귤이나 먹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