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리티의 2004. 10. 25. 00:00

 

나에겐 고쳐질 수 없는 병이 있다. 19인치 LCD 모니터 앞의 

듀오백 의자에  앉으면 도통 잠이 오지 않는 병.


딱히 할것도 없는데 마우스는 움직이고 레포트해야지, 소설써야지... 

마음은 참 잘도 먹지만 생각만큼 해내는게 없는 내 모습.


구상한지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이름이 

아직 덜 지어져서... 라는 어설픈 핑계를 대며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내 머릿속에서 

끄집어 낼 날이 오겠지.


내가 쓴 글 중에 오렌지를 신다 라는게 있다. 뭐랄까.. 

상당히 쓰고 싶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못꺼내고 있던 거였는데

연세대 공모전에 내려고 급히 쓰다보니 주인공 이름도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다르고 내용도 전개가 빨라진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주인공 이름이 결정되어야, 그 소설 속 세계가 완성되는건데..

내지말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초고는 몽땅 불쏘시개다. 

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켠으론 냉정하군..

이란 생각도 든다.


내가 썼던 예전 글들을 보면 참 미흡하고.. 웃기고.. 어색한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게 내가 꿈을 보고 애써온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에이 이거 너무 아니잖아' 하고 지워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키보드에 손만 올린 채 멍하니 밤을 지새겠지만,

모르지.. 언젠가 불타오르는 열혈 집필영혼이 나를 판타스틱한 

소설의 세계로 인도할지.


그런날이 온다면, 학교를 하루종일 째버려도 후회하지 않으리.


또 하나 병이 있다면, 내 남자, 우리 그린비가 없다면살 수 없는..


정근결핍증.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