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컴백 기념, 운전면허 취득 기념, 주말에 일하고 받은 대휴기념 등  지금 아니면 언제가냐? 하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외출을 감행. 목적지는 얼마전부터 가보자고 벼르던 이태원 더 스파이스 레스토랑. 코스임에도 나름 저렴한 가격이고 맛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여서, 워낙에 양식 먹은지가 오래됐기에.


지방-_-민 시절에는 서울에만 왔다하면 우와 찰칵 우와 찰칵의 연속이었는데. 꼭 그때가 아니라도 어딘가 나들이를 가면 항상 사진을 찍어대는게 일이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_-;; 오래되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라면 무늬만 서울 시민인지 2년차가 되어서 그런가 이젠 서울의 길 사진따위 찍지 않고 요즘 팬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슈프림팀 (싸이먼디!) 노래들을 들으며 여유를 즐김. 그래도 한강을 건널땐 좋더라. 다음 정류장을 못듣는 바람에 잠깐 당황해서 그렇지 -_-;;;


일단 레스토랑 외관이 매우 독특함. 근데 바로 옆 건물이 전혀 케이크가게 같지 않게 생겼지만 매우 유명한 케이크가게인 패션5 라서 -_-;; 뭔가 어울리는 듯. 문 열고 들어가니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꽤 많더라.  근데 주로 강남 아줌마-_- 같은 느낌의 아줌마들이 주류였다.


해물이 안들어간 에피타이저를 찾던 나는 TFT를, 푸아그라가 별로 땡기지 않던 오빠는 Exclusive를 선택.


근데 서빙해주시는 분들이 자꾸-_- 헷갈려해서, 에피타이저부터 반대로 주는 실수를...에피타이저야 서로 안땡기는 음식이다보니 한방에 알아챘지만, 메뉴 이름도 짱(!) 길고 -_-;; 세부적인게 기억이 안나는 다음 메뉴들은 진짜.. 서버분들이 헷갈려하시니 우리는 더 모르겠는 상태. 내가 완두콩스프고 오빠가 렌틸콩스픈지 그 반댄지..그냥 맞겠지 하고 먹었지만 그래도 '아까 내 메뉴에 송로버섯 어쩌고 있는게 맞던가?' 하는 못미더움을 감출 수는 없더라.


에피타이저는 서로 각자메뉴는 마음에 들고 상대메뉴는 미묘함을 느끼면서 각자의 선택에 만족함. 빵도 꽤 바삭하고 맛있었는데, 오빠는 네모난 빵을 마음에 들어했고 나는 치즈가 들어간듯한 크라상이 좋았음. 빵이랑 스프까지 먹었는데 배가 불러오는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 -_-;;;; 근데 완두콩스프에 자꾸만 손이 감. 메인메뉴는 내가 와규갈비살을 먹으려고 했는데-_-  푸아그라가 마음에 안든 오빠가 고른 메뉴는 메인이 와규로 고정이라 선택의 폭이 넓은 내가 어쩔수 없이 영계메뉴로 급선회. 나머지 하나는 연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ㅠㅠ


메인이 나오고 나서 아까 스프가 내가 완두콩이고 오빠가 렌틸콩인게 맞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와규 메인에는 완두콩이랑 감자뇨끼랑 미니양파가 곁들여져있고 영계 메인에는 렌틸콩이랑 단호박 무스가 곁들여져 있었기 때문. 아, 서로 반대되게 나오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어쩔수 없고-_-; 이미 먹은거 뭐. 어쨌든 와규 메인은 포크로도 슉슉 찢어질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랑 어떻게 만들었나 싶은 감자뇨끼가 매우 맛있었다. 미니양파도 좋았음. 근데 간이 좀 싱거운듯 했고 영계 메인도 너무 퍽퍽하지 않게 괜찮았던듯. 렌틸콩이 입맛에 맞아서 남김없이 싹 먹어치웠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간이 강하지가 않았음. 음식이 전체적으로 그런듯하다.


디저트는 둘다 레몬케이크가 들어가는줄 알았더라면 내가 그냥 파인애플이랑 크런치 초콜릿으로 하는건데 -_-;;; 사실 가기전에 인터넷으로 볼때는 파인애플 꼭 먹어야지!! 하면서 가놓고 막상 가니까 망고 아이스 파르페가 너무 끌려서 급 바꾼거라...근데 망고 맛있었다. 위에 꽂혀있는 초콜릿이 보기엔 초콜릿인데 먹으니까 사탕이라서 신기했음. 뭔가 먹어본듯한 맛이었는데 기억이 안났다. 오빠 디저트는 거의 레몬케이크가 주였고 옆에 같이 나온 초코크림이 레알돋게 달아서 -_-;;; 초콜릿 짱 좋아하는 나도 찔끔먹고 못먹음.


디저트 다 먹고 나한테만 있던 마지막 메뉴인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러명이 지나다녔는데도 챙겨주질 않아서 오빠가 물어보라고 조금 재촉함 -_-;; 나는 그냥 기다리면 주지않을까 하다가 불러서 물어봤는데 서버분들이 까먹고 안챙겨주신거였음. 죄송하다고 막 그러긴 했는데 뭐 그정도쯤이야 -_-;;; 하지만 그거땜에 실컷 잘 먹고 우리 분위기가 좀 별로였다......-_-.... 아이스 레귤러커피로 부탁했는데, 딱 나온거 서로 먼저 먹어보라고 티격태격 하다가 내가 먼저 먹고 오빠는 빵터짐. 내가 요새 다이어트 한답시고 길거리 다니면서도 라떼따위 거들떠도 안보고 시럽조차 넣지 않은 에스프레소-_-를 먹곤 하는데 그냥 보통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에스프레소가 커피면 이건 티오피야 레알 쓰다. 먹어보라고 줬더니 시럽 잔뜩 넣는 나에게 늘 '커피는 쓴맛이지!'를 강조하던 오빠마저 -"_= 하고 얼굴을 찡그림. 어떻게 어떻게 반 넘게 먹고 시럽 넣으면 커피가 맛있을까? 하면서 시럽을 넣고 넣고 장난 하다보니 어느새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커피까지 다 마시고 기분 좋게 나옴.


1시에 예약하고 12시 58분쯤 들어갔는데 밥 다먹고 나오니 3시가 다됨-_- 코스 전체적으로 보면 그닥 양이 많은것 같진 않은데 진짜 천천히 먹어서 그런가 완전 배부르게 먹었다. 손님이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음식이 좀 늦게나온 감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 코스중에 베스트는.


White peaches, figs, procuitto, Arugula, Orange vanilla dressing, mascarpone mousse


복숭아와 무화과, 프로슈토, 오렌지 바닐라 드레싱과 마스카포네 무스- 이거였음. (다행히도 에드워드 권님 블로그에 이름이 있네;) 무화과랑 프로슈토도 맛있긴 했지만 마스카포네 무스랑 복숭아가 대박이었음. 사진은 무슨 감자처럼 생겼지만;; 복숭아와 무스와 저 잎-_-;;을 같이 먹는순간 진짜 우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옴; 이거만 왕창 따로 팔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음.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다. 서빙해주시는 분들이 음식 하나하나 설명도 잘 해주시고,  음식 맛도 너무 강한거 없이 전반적으로 담백하게 괜찮았고. 옆 테이블 설명할때 슬쩍 들은거지만 셰프가 버터같은 것들을 절대 금지시켜서 드릴수가 없다는 말을 하는거 보고 (우리 테이블에도 빵이랑 같이 나온건 올리브오일이었음) 굉장히 신경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간만에 간 양식집(-_-)에서 나름 괜찮게 먹었고 비록 구경갈랬다가 비싸서 때려치운 리움-_-은 초---큼 아쉽지만 이태원 구경도 잘했으니 오늘 외출은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