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참 열심히도 채팅들을 달리던 시절에, 어디사세요? 

하는 질문을 받아 부산이요-라고 대답해주면 

다들 참 한결같이 '와! 바다! 회 많이 먹겠네요 ㅋㅋㅋ' 라고들 했었다.


왜 다 바닷가에 살면 회를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걸까.


부산에 살면서 파나 양파, 야채를 못 먹으면, 다들 별 말 않는다. 

하지만, 부산에 살면서 회를 못 먹으면, "아니, 회를 왜 못먹어?!" 

라고 반문한다. 꼭 부산이 아니라 다른 어느 바닷가 지방에 사는 

회 못먹는 사람도 이런 말을 듣겠지.


23년을 살면서 회를 입에 단 한번도 대보지 않은건 아니다.


어릴적엔 모이기만 하면 일단 횟집 고고싱.인 우리 일가 친척들 때문에

분위기상 혼자 빠질 수도 없고, 어영부영 따라가면 다-들 한마디씩 한다.

"아니, 회 못먹어? 맛있는데?"


중고딩쯤 되던 시절엔, 횟집 가면 드문드문 친척들이 물었다.

"아직도 회 못먹어?" 그럼 아빠, 신나게 딸내미를 친척들 앞에서 깐다.

"참 내, 뭐 갖다 줘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어쩌고 저쩌고 주저리 주저리."

딸내미 가슴에 스크래치 남는줄도 모르고,

그런 말 때문에 더 회에는 손대기 싫은줄도 모르고.


하도 회를 안먹고 늘 삶은 완두콩이나 메추리알, 오이만 먹어대던 내가 

속상했는지 한번은 아빠가 회를 넣은 상추쌈을 내 입에 억지로 밀어넣은 

적이 있었는데, 한 입 씹는 순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다 토해내고 말았다.

그래서 더 먹기 싫다.


난 그 특유의 비린내가 싫다.

이상하게 물컹거리는 그 질감이 싫다.

회도 싫지만, 조개나 여타 해물류는 대부분 싫어한다.

어렸을 땐 물마시러 부엌에 가다가도 생선 비린내가 나면 부엌엘 

들어가지도 않았고, 보이지도 않게 조개를 갈아서 미역국을 끓여도 

한스푼 떠먹고 나면 손도 안댔고, 구이든 탕이든 찌개든 

생선이 들어가면 일단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새우초밥은 한두개 집어먹을줄 알고, 

얼마전엔 훈제연어도 먹었다. 그 싫어하던 물렁물렁한 오징어 문어도 

꽤 잘 먹게 됐고, 순두부찌개에 들어가있는 조개는 신경 안쓰고 먹는다.


아직 싫은게 더 많다. 언젠가는 내가 먼저 홍합을 삶고 초밥을 찾고 

횟집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싫은건 싫단 말이다.


왜 내가 회를 못먹는다고 해서 그런 말을 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으면, 못먹는 사람도 있는거잖아.

내가 회 나왔다고 인상 찌푸리고 앉아있던 것도 아닌데. 

젓가락질 하나도 안하고 술만 빤것도 아닌데.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그냥 안가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왜 내가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거야. 왜 내가 촌년인거야. 

그냥 기분이 나쁘다. 웃자고 한 말일진 몰라도, 기분 나쁘다 정말.

내가 혹 잘못 들은 거라도, 그래도 그 분위기는, 

그 말투는 진짜 마음에 안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