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일상생활/리티의 2008. 3. 3. 03:00

주말은 꿈같은 시간이다. 동시에 빠르다. 잠에서 깨는 순간 꾸고 있던 총천연색 꿈이 연기처럼 사라지듯이, 12시를 넘김과 동시에 주말은 옷을 벗어던지고 재투성이 평일로 돌아간다.


나는 아직 백수이지만, 그래서 평일이 더 두렵다. 나도 용돈 꾸준히 모아 재테크를 좀 했다거나, 누구처럼 땅을 사랑했다거나 해서 돈이 많으면야 좋겠지만, 전혀 그럴 형편도 안되거니와 하루하루 먹고살수 있음에 감사해야하는 생활을 해야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의 타이틀을 걸고 직장에 안나다녀도 되었던, 그야말로 철부지 시절은 이제 영영 바이바이라는 소리다. 엄마마저 달 50만원을 받고 토요일까지 바쳐가며 출근하고 있는데 사지멀쩡한 내가 집에서 놀고먹기엔 너무나 민망하여라.


닥친 현실은 일해라 돈벌어라 놀지마라 아껴라 소리소리 지르고 있는데, 나는 아직 철이 덜 든건지 정신줄을 놓은겐지 아직 현실이 꿈같고 꿈이 현실같다. 그저께 오빠와 명동에 나갔다가 덜컥 커플시계를 지르고야 말았다. 어차피 큰거 하나 질러보자고 합의하에 나눈 만기적금의 일부고, 요상한 디자인이라 차고다닌지 한참이 됐음에도 시계보기가 가물가물했던 낡은시계를 탈피하고자, 오빠가 머리 빡빡 밀고 똥씹은 표정으로 훈련소 들어갈 때 남들 다찬다는 지-샥 시계 하나 사주고픈 마음이 텅빈 주머니에 밀려 서면 지하상가 어느 시계방의 만원짜리 시계로 대체되었을때의 한이 남아서. 20만원가량 되는, 내 수준에 아주아주 큰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체크카드를 찍. 히히히.


그리고 밑에 블라블라 잡설이 길었는데, 순간 키보드 조작 실패로 홀랑 날라갔다. 다시 쓰자니 생각도 안나고, 어쨌든 늦게라도 잠은 자야겠기에. 철 덜든 백수의 푸념이 날라간건 그냥 푸념좀 그만하고 일자리나 구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0:47분에 시작했던 글은 약 1시간만에 3분의 1만 남아서, 종료.




천명관의 <고래>를 읽느라 잠을 설쳤다. 칼잡이와의 이야기에서 멈춰버린 후로 이런저런 핑계때문에 다 읽지 못했던 것을, 어젯밤에 잠이 안와 다 읽어버리고 자야겠다, 하고 시작해서 새벽 6시에 책을 덮었다. 뭘까? 공포소설이 아닌데도 오싹한 그 기분은.


내가 잠이들고 1시간 40분이 지났을 즈음 개학한 내 동생은 학교로 출발하고, 출근 준비 하시던 엄마가 갑자기 날 두들겨 깨워 택배 올거 있었냐? 하고 물었다. 예전 포스팅에 썼던, 이런저런 이유로 못갔던 졸업식의 증거품들을 지난 금요일 절친 정쑤가 택배로 부쳐준 것이 도착한 것일테지. 잠결에 응, 응 하고 다시 잠들어버렸다. 


몇시간쯤 지나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 부스스 일어나 앉았는데, 방문앞에 떡하니 대형박스가 하나. 졸업장과 졸업앨범이겠거니 하고 박스를 뜯고 포장을 풀러보니 글쎄, 중고딩 졸업앨범은 저리가라 할정도의 대형 졸업앨범. 별 기대도 안하고 앨범을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졸업사진의 저주는 꿋꿋이 명맥을 이어내려오고 있었다. 제발, 졸업앨범 받은 모든 학생들에게 부탁컨데 앞장부터 차근차근 정독하지말고 잽싸게 니네과 펴서 니얼굴만 확인하고 닫어라. 우리과 우리학부야 나랑 마주치며 살았으니 그러려니 할테지만, 4년 학교다니며 나와 마주치지 않은 그 누군가들이 내 사진 본다고 생각하니 아 나는 다이어트도 안하고 뭐했나...하는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다이어트가 문젠가 이게.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며 머리 다 뒤로제껴 더 똥그란 얼굴이며... 사촌언니 졸업사진은 무지무지 이쁘던데, 그래서 나도 졸업사진 이쁘게 나올줄 알았지 누가 이런줄 알았나. 


초등학교땐 다들 촌스럽고 새카맣고 그래서 졸업 사진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뒷페이지에 학교 행사 사진에 내가 두군데나 찍혀있는게 아닌가. 도대체 표정들은 한결같이 왜 그런건지. 어린마음에 상처받고 위에 스티커를 붙여놨더랬다-_-. 중학교는 또 어떻고. 내가 그때 머리를 도대체 왜 그런건지...후회막급이다. 물칠이나 하지말걸. 젠장. 고등학교는 고3의 압박과 담탱이의 압박으로 살이 초절정을 치닫으며 쪘을때라서, 사진을 보니까 울고싶었다. 그래도 "대학 가면 살 빠지"고 그 "살은 키로 갈"테니 대학사진만큼은 이쁘게 나오리라 다짐했건만. (도대체 왜 우리집안 식구들은 저런말로 나를 안심시켰단 말인가!!!! 나는 아직도 그 충격을 잊지 못한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살은 키로 간다"는 속설의 사실여부를 묻기위해 의사선생님을 인터뷰했을때, 선생님의 웃음과 함께 한마디. "살은, 살로갑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진리인것을. 나는 너무 순진했던걸까?) 


액자는 파손될까봐 택배는 안받는다고, 그래서 못부친다고 했다. 아마 한동안 내려갈일 없을테고 추석때나 되야 집에갈텐데, 그때 건네받으면 그냥 우리집 한쪽 구석에 얌전히 덮어놔야겠다. 어째 학교 24년 다니면서 졸업앨범한번 이쁘게 나오질 않는단말인가. 정녕 졸업앨범의 저주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제 내가 어느날 갑자기 미쳐 다시 대학을 들어가지 않는 한 졸업할일은 없을테니, 앞으로 찍을 증명사진들은 제발 잘 나와주기를.




 



넋두리 일상생활/리티의 2008. 2. 24. 00:00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진해도 있지만 그동넨 워낙 악몽같아서;)을 떠나

타 도시의 시민으로 전입해왔습니다 'ㅁ' 요며칠 완전심한 감기몸살과 

여자에게만 온다는 어떤 날로 인해 최악의 컨디션에서 힘들게 이사를 마치니

한동안 캐우울해서 포스팅할 생각도 못했네요. 


어릴땐 마냥 서울에 살고 싶었고 철모를땐 당연히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줄 

알았고 (ㅋㅋ) 계속 그런 마음일줄 알았는데.. 막상 이사를 오기 전에는 

정말 가야하나 하는 마음이 들더니 오고나니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 드네요.


몇 안되는 인간관계라곤 다 부산 경남에 포진해있어서.. 

게다가 갑작스레 현실에 당면해버리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왜 나는 돈도 안되는 직업을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더 많이 공부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니 속도 좀 상하구요. 

이제부터라도 뭐.. 서서히 인맥 쌓아가면서 수원라이프를 즐겨야겠죠.


성만 가도 인맥 팍팍 쌓이는 프린세스메이커가 갑자기 부럽네요 ㅎ_ㅎ

암튼, 수원시민 리티냥이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