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상으로 난 수원시민이지만 격주로, 최근에는 거의 매주 서울에 

가다시피 하다보니 내가 서울시민인거같은 생각이 든다-_-

이런걸 나누고 있다는게 지방에서 올라왔단 티를 내는건가 -_- 흠


뭐 어쨌든 벌써 올라온지 몇달이 됐고, 아직 이렇다할 친구하나 못사귀고 

있지만-_- 어찌어찌 알바하게 된 편의점에서 교대하는 앞뒤 사람들이랑은 

조잘조잘 말도 잘하고 하다보니 그냥저냥 적응이 되서 사는거같다.

부산 살면서도 몇번 서울에 오르락내리락했고 꽤 오래 장기투숙-_-한 적도 

있지만 와서 사는건 또 다른 느낌이다.


제일 많은 차이를 느낀건 지하철이다.


젤 처음 진해로 이사갔을때, 그때 부산은 '하나로카드'라는 교통카드 

시스템이 갖춰질 무렵이어서 당연하게 진해에서 카드를 찍고 버스를 

탈려 했다가 아저씨가 그 존재조차 모르는걸 보고 '뭥미;;'했었는데.


부산은 지하철도 있었고, 2호선 생겨 갈아타는데도 있고, 내릴때 안찍는다 

뿐이지 버스>>지하철의 환승 시스템도 있는데 뭐가 그리 다르냐 하면


밀도.


애초에 길을 모를땐 여기서 수원역으로 가서,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까지 

가서, 갈아타고 신림까지 가는데만 한시간 반, 기다리다보면 꼴딱 두시간을 

넘기다가 사당으로 가는 버스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집앞에서 사당, 

사당에서 신림까지로 거리를 단축하게 됐는데 주말 저녁 사당에서 지하철을 

타면 -0- 하게된다. 어떻게든 타긴 타야되겠고, 일단 타고나면 사람들로 사방이

둘러싸여 꼼짝을 못한다. 손잡이는 잡을 생각도 못하고;; 지하철이 움직여서 

휘청휘청하면 어떻게든 안넘어지려고 기를 쓰는데 다른 사람을 휘 둘러보면 

다들 어찌나 여유로운지;;;; 그 와중에 책읽는 사람도 있고 흔들리거나 말거나

전화하는 사람들, 그냥 무심한 표정으로 서있는 사람들..


물 위에 백조가 우아하지만 발은 파닥거리고 있듯이 그 사람들도 안넘어지려고

다리에 힘꽉주고 버티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선 흐물흐물한 나는 경이로울 따름


그리고 또 하나 차이는, 그냥 개인적인거지만 맛집이다.


다행스럽게도 집근처에 맛있는 고깃집이 있어서 간간히 외식하기에 부산의 

단골집처럼 부담없이 갈수 있는데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맛집 몇군데를 

가보기도 했고, 성공도 했고, 괜찮다 느낀곳도 많았지만 좀 멀리 있는 

맛집들은, 부산에서 찾아내고 가서 먹고 즐기는만큼 편안하지가 못하다.

맛집이라 해서 갔는데 실망한적도 있고, 부산이랑은 입맛이 다르다보니


우리가 맛집이라고 찾는 데는 어지간하면 '체인점'이 아닌 독자적인 음식점이고 

체인점이 맛있다고 해도 어쨌든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맛이다보니 맛집 포스팅은

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서 대화를 들어보니 맛집이라고 추천해주는 곳이 

닭고기메뉴로 유명한 모 체인점, 뭐로 유명한 모 체인점, 전국에 깔려있는 

술집의 안주-_- 이렇다보니.. 대화를 듣는 우리로선 '헐=0=' 할수 밖에.


위에서 말했듯이 워낙에 교통수단의 밀도가 높다보니 같은 거리를 움직이더라도

부산보다 체감상 더 피곤할수밖에 없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왠지 서글프다.

오빠랑 가끔 이야기 하다보면 참 많은 곳을 갔었구나.. 싶기도 하지만

아직 남은 숨겨진 곳을 못찾은게 아쉽기도 하다.


요즘들어 제일 그리운 곳은 오뎅집 날 더워져 가는데 뜨거운 오뎅국물이라니 

무슨 헛소리냐 하겠지만..서울 올라와서 아직 '맛있다!' 하고 먹은 오뎅이 

없어서 그런지 오뎅집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오뎅집 뿐인가 뭐.


제일 결정적인 차이는 바다다.


바다가 보고싶다. 섬꼬맹이-_-라 그런지, 바다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을 

받은건지는 몰라도 어릴적부터 나도 바다 안보고는 못살겠다 했었는데

막상 못보고도 살고는 있지만, 그립다.


아직 서울사람(이라기보다 난 수도권 시민이지만-_-) 되려면 멀었나보다.

얼른 돈벌어 부산가야지.




힘들다 일상생활/리티의 2008. 4. 29. 00:00

 

애시당초 사귀기 시작할때 말하기 싫은 어떤 이유로 


엄마가 우리를 열렬히 반대해서 뺨을 맞고 


일주일 꼬박 말않고 집을 뛰쳐나올 생각을 했을 그때보다..


더 힘든거 같다...



괜찮아, 둘이니까. 오빠에게만은 내가 넘버원이니까.


사랑하니까.




 

바람이 미지근해졌다. 후드티 하나에 봄잠바를 걸쳤을 뿐인데도 땀이 난다.


주저리주저리 뭘 많이도 적었다가, 또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휙 지워버렸다.


잠이 안온다. 뭐 어쩌겠나. 마음이 미적지근한것을. 얼른 불타올라야 할텐데


나는 아직 말이 좋아 취업준비생.




깜박하고 있었다. 엊저녁에 먹은 통닭에 체해서 잠깐 뻗어있다보니.


맛있는 케이크도 못먹었고, 난 별로였는데 오빠가 가자고 우겼던 빕스는 


못가게 되서 다행이고(ㅋㅋ) 애초 보려고 했던 축구도 못보게 됐지만,


나조차 까먹고 있다가 뒤늦은 시간에 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_-


그래도 나 아프다고 꼭두새벽에 뛰어나가 사다준 사랑이 팍팍 담긴 


매실주스랑 파인주스도 먹었고, 맛난 죽도 먹었고, 오빠랑 손잡고 


데이트도 했고, 같이 드라마보면서 히히덕거리기도 했고,


하기로 했던 커플 가방은 오빠가 내일 주문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생일을 축하받을수 있어서,


생일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생일 축하해, 리티야.




어차피 책 읽다 밤샐거 엄마를 깨우고 자라기에 흔쾌히 OK 하고선 가즈키씨의 <Speed>를 읽다 나도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살 더 먹은 나이는 속일수가 없나보다. 그러고보니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대학교 3학년쯤에도 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래도 하루 꼴딱 새우고도 학교는 가야했기에 어찌됐든 '깨어있는' 낮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새벽까지 책보다 모두가 아침을 시작할때 잠을 자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 모드이기 때문에 그때보다 밤새는 능력치는 더 떨어진듯 하다. 


어찌되었건 나는 느즈막히 일어나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시장에 가려고 비척비척 집을 나왔는데, 눈송이가 하나 둘 떨어지고 있더라. 두살만 덜먹었어도 와와~ 눈이다~ 하며 기뻐했을까.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며 내가 한 일이라곤 지퍼가 고장나 잠기지 않는 잠바의 단추를 여미는 것 뿐이었다. 아, 물론 오빠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건 단지 오늘 면접 잘 보고 오라는 일종의 안부전화였을 뿐, 눈온다~보고있어? 히히, 보고싶다. 같은 애교섞인 통화는 아니었다.;


야채 몇가지와 반찬 몇가지, 과일을 살까말까 망설이는데 부는 바람은 점점 거세져서 여기가 남극인지 수원인지. 요 며칠 따뜻했다고 방심해서 그런걸까,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추워서 과일은 포기하고 덜덜 떨며 집으로 들어오니 세상 낙원이 따로 없더라. 42분에, 조금 거리가 있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도서관에나 다녀오려 했건만, 매서운 바람을 체감해버린 몸은 도통 움직일 생각도 않고 그만 퍼져버려서 반 웹서핑, 반 까무룩 잠드는 일로 3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지. 결국 도서관은 다녀왔지만. 내리던, 내렸던 눈은 온데간데없고 온도만 와장창 내려가있었다.


아직은 차도 없는 뚜벅이기에, 소복 쌓인 눈을 보면 괜시리 아직 아무도 안밟은 곳을 골라 밟으며 꼬드득 하는 눈소리를 듣는걸 즐기지만, 곧 직장을 구하고 면허를 따고 돈을 모아 차를 사면 내리는 눈을보며 '아 오늘 도로 우왕ㅋ샹ㅋ이겠군' 하는 생각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눈을 즐기는 소녀감성의 처자이고 싶으나,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몸과 매서운 바람은 내 감성마저 휩쓸어 가는구나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