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재미삼아 별점을 많이 본다. 생일에 따라  별자리를 나누고, 각 별자리마다 고유한 이름이 붙여져 있고, 정해진 마크가 있다. 각 별자리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애정운, 재물운 따위의 운세는 8천원씩 주고 사는 잡지에도, 길거리에서 쉽게 가져올 수 있는 쿠폰북에도 맨 뒷페이지 즈음에 붙어있게 마련이다. 사랑에 관한 어드바이스는 주로 여자의 입장에서 써 있으며, 어디에 적용해야할지 모를 행운의 숫자나 색깔, 물건들도 써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나 잘 풀릴 거라는 둥의 이야기가 써 있다.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나왔을지 모를 이 별점을 재미삼아 보고 넘어가기도 하고, 혹은 신경을 바짝 쓰며 행운의 숫자와 같은 날짜가 돌아오면 무슨 좋은일이 있을까 하며 기대하기도 하겠지.

매달 많이 써봐야 두세장밖에 쓰지 않는 쿠폰북을 남들 다 집어가니 어딘가엔 쓰이겠지하고 냅다 집어오고 말았다. 평소엔 신경도 잘 쓰지 않다가 뒷편에 별점이 있는걸 보고 나서는 왠지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내용인즉슨, 다른 것은 잘 기억나지 않고 다만 '뒷담화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남 까다가 내가 까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뒷담화는 언제든 조심해야 하지 않은가. 지지배배 잘 까대다가 혹 까이는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싸움이 대판 벌어지든가 인연이 끊기던가 하는 일이 생길진데, 참 뻔한 이야기를 운세랍시고 적어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반면에 이거 정말 조심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이 슬그머니 마음 한귀퉁이에 자라나니 참 나는 소심하기도 하구나.


갑자기 이걸 왜 줄줄이 늘어놓느냐 하면, 지난달이건 이번달이건 남을 까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남을 까야하는 일이란, 수업시간에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말해주는 것이다. 비판할게 있으면 비판해야 겠지만, 좋게 말해 비판이지 쉽게 말해 까내리는거랑 다를게 뭐람. 첫 날, 두번째 순서로 나는 지지배배 까였기 때문에 사실 독을 품고 나 깐놈 너도 까여봐 하는 심정으로 물고 늘어져야 속이 시원하겠지만 (-_-) 머리가 나빠선지 내가 못썼다고 스스로 인정해선지(그래도 재미있다고는 생각한다. 고슴도치 제자식 이쁘다듯이, 암만 못써도 난 내새끼(-_-)가 이쁘다.)몰라도 누가 날 어떻게 깠는지는 까먹었다. 그냥 어렴풋한 평가만 기억날 뿐. 그래서 그런지, 졸업 얼마 안남기고 괜히 미운털 박히기가 싫어선지 아무튼, 모양과 선배들의 소설을 이야기 할때는 참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가도 막상 수업시간에 가면 좋게좋게 이야기하고 만다.


마침 컴퓨터 앞에 앉아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실컷 검색하고 놀던 중에, 갑작스레 별점이 생각나면서 내가 속시원하게 내 새끼 까인 억울한 심정을 복수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건 그놈의 별점이 뒷담화 조심하래서 나오다가도 목에서 턱 걸리는건 아닌가 생각했다. 웃기는 망상이 아닐 수 없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그렇구나. 늘 알고 뻔한 내용이라도, 어디서 뭐 있어보이게 떡하니 운세랍시고 나오면 혹시나, 하게되는거. 용한 무당들께는 죄송하지만, 하나도 모르면서 옷 차려입고 들어오는 아줌마에게 '자식놈이 문제구만?' 하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아니 참 용하네' 하지 않을까?(티비를 너무 많이봤나-_-?) 속 안썩이는 자식이 어딨어. 공부 안하면 공부 안해서 속썩고, 공부만 하면 공부만 해서 속썩고(이건 아닌가?-_- 내가 공부만 해봤어야 알지 뭐;). 이렇듯 뻔한, 365일중에 366일을 조심해도 모자랄, 뒷담화를 조심하란 뻔뻔한 별점을 가지고 이런 포스팅을 쓰고 있는 나도 참 웃기지만서도, 어찌나 바쁜지 소설 올린 이후로 글하나 없는 홈페이지가 불쌍해서 야밤에 끄적거린다.



소설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그래도 단편 하나 써봤다고 고새 손에 익어선지 몰라도 엔터 줄줄 치는것보다 이렇게 쓰는것이 어째 재미있다. 읽기에 불편하려나? 알게 뭐람, 책낼 것도 아니고 내 할말 쓰는것 뿐인데. 낄낄낄.